출근을 하려고 차에 올라탔는데 미묘하게 덜컹거리기 시작했다.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워둔 채로 나가는 느낌이었다.
A와 나는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얘기를 나눴지만, 가끔 시동이 걸리지 않을 때도 있었고, 최근 급격히 추워져 타이어 공기압도 채우러 갔었기 때문에, 겨울이 돼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결정적으로 우리가 너무 예민하게 구는 건 아닐까 싶어 퇴근할때쯤 시간이 나면 수리점에 들리자고 했다.
혹여나 급발진 사고가 날까 봐 저속 주행했다.
사무실로 가는 길에 무조건 지나가야 하는 터널이 두 개가 있는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첫 번째 터널을 통과하자마자 바로 수리점으로 직행해야겠다는 감이 왔다.
경복궁역에서 차를 돌려 수리점으로 향하는데 결국 차가 멈췄다.
나를 주로 피곤하게 만드는 예민함이 오늘을 구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가 두 번째 터널 안에서 멈췄다거나, 사무실로 진입하는 좁은 골목길에서 멈췄더라면 오늘을 날릴 뻔 했기 때문이다.
운이 좋지 않았다면 며칠을 날리게 됐을지도 모른다.
비록 트렁크에 있던 짐들을 꺼내서 이고지고 집으로 돌아오느라 진이 빠지긴 했지만 어쨌든 오후 시간부터 확보할 수는 있었으니까.
가끔은 예민한 게 도움이 되기도 하나보다.
나의 예민함을 너무 미워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다행인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