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곳이 마음에 든다고 말하기까지 오래 걸리는 편이다.
물리적인 시간만 흐르면 되는 게 아니라 총체적으로 좋아지면 그제야 마음에 들어진다.
마음에 들어진다는 게 딱 맞는 말이다.
내 소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식당을 예로 들면 음식만 맛있어서는 마음에 들기 쉽지 않다.
물론 음식도 맛이 있어야 하지만, 식당의 분위기, 주인분의 영업 스타일, 화장실의 깔끔한 정도, 처음 들어갈 때 딛는 바닥의 느낌, 수저의 그립감 이런 모든 요소들이 만족스러워야 한다.
쓰고 나니 무슨 미슐랭 스타를 지급하는 심사위원 같지만 딱히 그런 것도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쌀국수집에는 티슈를 누르기 위해 작은 고양이 피규어를 올려두었는데 그게 참 마음에 든다.
이런 식이다.
그렇다 보니 첫눈에 마음에 드는 곳이 없다.
한 번에 하나의 매력을 발견하게 되고 그 기억으로 그곳을 다시 가게 되고 그렇게 좋은 기억들이 쌓이면서 마음에 드는 곳이 된다.
그래서 그런가 마음에 드는 곳에서는 내가 몰랐던 나의 취향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 쌀국수집에서는 잔잔한 음악을 틀어놔주시는데 처음 들어보는 내 취향의 음악이 나올 때가 있다.
그렇게 모은 음악들로 노동요 리스트를 만들기도 한다.
마음에 드는 식당이 하나일 뿐인데 이렇게나 많고 다른, 좋아하는 것들을 만나는 기회가 된다.
오늘은 주로 앉는 자리에 새로운 소품이 생겼다.
하품하는 고양이 사진이 있길래 너무 귀여워서 넘겨봤더니 2024년 미니 탁상 달력이었다.
으악! 너무 귀엽잖아.
고양이를 키우는 친구에게 내년 선물로 주기 딱이다 싶어서 판매처가 어딘지 달력을 살폈다.
올 연말을 기념할 착한 일은 이 달력을 구매하는 것으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