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나만큼 긴장도가 높은 사람을 만났다.
오늘은 필라테스를 하는 날이었다.
발과 배를 이용해서 중심을 잡으라고 하셨는데 이상하게도 정강이가 불타서, 내가 하고 있는 게 맞는지 확인하려고, 정강이가 아픈 게 맞는지 여쭤봤다.
선생님은 정강이 근육이 개입되는 자세가 맞다고 알려주시면서 급박하게 덧붙이는 말씀이 종아리 쪽 근육을 많이 사용해도 종아리가 굵어지는 게 아니니 너무 걱정 말라고 말씀 주셨다.
사람들이 종아리 근육을 쓰면 두꺼워지는 건 아닌지 많이 물어봤었나 보다.
그래서 그게 아니라 풋살 할 때 필요한 근육인데 이 근육이 강화되는 운동이면 많이 하려고 여쭤본 거라고 말씀드렸더니 안심하신듯 활짝 웃으면서 근육을 더 쓰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가만 생각해 보니 필라테스를 처음 등록한 날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첫날은 체험을 신청했었는데 필라테스라는 운동은 생각과는 전혀 다른 운동이었다.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고른 호흡과 평정심 그리고 집중력이 필요한 운동이란 걸 처음 알게 됐다.
선생님께서 체험이 끝나고 궁금한 점이 있냐고 물어보시길래 필라테스를 하면 감정 기복이나 화를 다스릴 줄 알게 되냐고 물어봤었다.
선생님은 화들짝 놀라시면서 제가 혹시 오늘 화를 냈나요?라고 되물으셨다.
그런 게 아니라 심신수련 운동인 것 같아서 여쭤본거랬더니 얼굴이 빨개진 채로 그렇다고 대답해 주셨다.
A와 함께 듀엣으로 등록하겠다고 말씀드리니까, 기계가 한대씩밖에 없어서, 기계를 이용할 때는 번갈아가면서 하게 될 거고, 주로 매트에서 수업이 진행될 거라고 설명해 주셨다.
오히려 기계 운동은 매트에서 자세를 못 잡을 때 도움을 받는 용으로 쓰는 거라며 항의하시는 회원분들이 많이 계셔서 미리 설명드린다는 말을 덧붙이셨다.
알았다고 말씀드렸지만 안심이 되지 않으셨는지 그 이후에도 매트 운동이 기계 운동보다 덜 좋은 게 아니라는 설명을 여러 번 반복해서 해주셨다.
그동안 많이 고생하셨나보다 생각했는데 오늘 그 현장을 목격했다.
8시 55분쯤이었다.
마지막 자세를 하고 있었는데 문이 딸랑~ 하고 열렸다.
다음 타임 회원님이 오셨다.
선생님은 그분께 잠깐만 기다려주시라고 말씀드렸고 그러는 동안 마지막 자세를 마쳤다.
그분이 탈의실에서 외투를 벗고 나오셨고 우리는 맞춰서 탈의실에 들어갔다.
나갈 때 표정이 그리 좋지 않으셨는데 아니나 다를까 선생님께 바로 항의를 하셨다.
“시간을 겹치게 잡으시면 어떡해요!”
시간을 확인해 봤더니 58분이었다.
아직 2분이나 남았구만.
그래서 그렇게 질문을 하면 해명을 하시듯 대답하셨구나 싶어 짠해졌다.
앞으로 10분 일찍 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