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만나면/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기가 빨린다는 말을 자주 해왔다.
언젠가 엄마가 그건 새로운 기운을 마주하기 때문에 지치는 거지 기운이 소진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내가 가지지 못한 기운이 충전이 되는 거라는 알듯 말듯 한 말을 해준 적이 있었다.
아리송한 이야기를 들으면 이해가 될 때까지 곱씹는 경향이 있다.
받아들이지 못한 이야기들은 시간이 지나 잊혀지기도 하지만, 주로 무의식을 떠돌다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툭 튀어나온다.
오늘은 휴대폰을 충전하는데 유난히 발열이 심했다.
온도가 정상으로 돌아오면 충전이 자동으로 재개된다는 안내 문구가 떴다.
이걸 읽는데 엄마의 말이 떠올랐다.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의 기운을 소화하지 못해 과부하가 걸리는 거구나.
사람=기 빨림 관점을 조금 벗어나니, 내 정신력의 항상성을 기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통해 충전이 된다는 게, 아직 잘은 모르겠지만, 내일을 살아갈 에너지를 얻는다는 뜻이 아니라 내 세계를 확장할 수 있는 자양분을 얻는다는 뜻 같긴 한데, 그 경지에 도달하지 못해서, 추측에 불과하다.
까지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문득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