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사무실에 들어오면서 모든 걸 그대로 쓰기로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딱 하나를 교체했다.
물이 느리게 빠지는 누런 세면대는 도무지 쓸 수가 없었다.
배수구 마개도 없었는데 화장실 청소할 때 세숫대야 대용으로 쓸 수 있을 정도였다.
이래저래 쓸 수도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양치가 곤란했다.
세월의 흔적이 잔뜩 남아있는 공간에 빤짝거리는 하얀 세면대가 들어오니 리모델링을 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이 세면대 만큼은 지켜내겠다고 청소를 두 주 이상 넘겨본 적이 없다.
거의 매주하거나 장마철에는 물때가 자주 껴 2-3일에 한 번씩은 꼭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년이 넘어가니 세면대가 은근히 거무튀튀해지기 시작했다.
락스로도 밀어보고 뜨거운 물을 한참 틀어놓기도 하고 세제로 불려보기도 했지만 깔끔한 느낌만 나지,
세면대는 점점 2년 차 세면대에서 3년 차 세면대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번 주는 비가 좀 와서 그런지 물때가 끼었길래 청소를 먼저 싹하고 양치를 하며 인스타그램을 보는데,
둘러보기에 군대에서는 치약으로 화장실 청소를 한다는 포스팅이 떴다.
마침 칫솔도 버릴 때가 됐고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양치를 끝낸 후 치약을 세면대에 조금 짜서 칫솔로 문질러봤다.
오마이갓.
이미 청소를 했는데도 검은 묵은 때가 묻어 나오는 게 아닌가.
심지어 닦인 자리는 광도 났다.
신나게 온 세면대를 치약으로 닦아내고 나니 거의 새것이나 마찬가지인 세면대가 되어있었다.
누가 치약으로 이만 닦으래.
세상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이런식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