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초등학교 때부터 쓰던 책상에 앉아 일을 했다.
9.
나중에 이사를 가더라도 내가 나고 자란 이 집은 리모델링을 해서 별장으로 쓰겠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엄마는, 그런 생각이 들면, 그 생각이 나를 붙잡아 다음으로 못 가게 한다고 했다.
뒤도 돌아보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9.
동생과, 가족의 5개년 계획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머, 얘가 언제 이런 얘기를 할 수 있게 큰 거야?
속으로만 생각했다.
10.
아빠와의 에피소드도 나누다가, 흉도 뜯다가, 왔다가 도로 가겠다고 농담도 했다가 그렇게 단란한 시간을 보냈다.
뭐가 됐든 기념을 한다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
11.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
시간은 아쉽게 빨리 흐른다.
결국 오늘의 해도 금세 지고 말았다.
12.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마음이 오락가락한다.
짠했다가, 억울했다가, 조급했다가, 무기력했다가, 감사하다가,
그렇게 심사가 잔뜩 복잡해졌다가도, 후회하지 않게 하루하루 열심히 살기로 한다.
13.
평범 또는 그 이상이 되려면 몇 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게 될까?
부디 늦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