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친구들은 날이 쌀쌀해지면 경주에 가냐고 묻곤 한다.
그렇다고 별일 아닌 듯 대답하지만, 참 이 오묘한 기분은 말로 설명할 길이 없다.
2.
화요일에 경주에 있을 예정인 것만 기억하고 경주로 가는 일정이 오늘이란 걸 깜빡했다.
아침에 허겁지겁 짐을 쌌다.
어제 자기 전에 짐을 싸두고 자야지 생각했건만, 잠결에 ‘아 맞다 경주는 화요일에 가지’라고 생각해버렸다.
이제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하나씩 한다.
3.
주간회의는 안부만 주고받아도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회의를 할만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드는 날에도, 결국 뭔가를 잔뜩 정하고 계획하고 한주를 북돋으며 끝난다.
두 시간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흐른다.
죽이 이렇게 맞기도 힘들 텐데.
즐겁다.
4.
일할 땐.. 그 어떤 스몰톡도 주고받지 않는다.
각자 업무 팔로업 하다가 이스터에그스러운 것들을 하나씩 가져오긴 하는데, 이마저도 업무의 연장선상일뿐이다.
5.
평일 저녁의 서울역은 한산하다.
식당에 앉을 자리가 있다.
여유롭게 저녁을 챙겨 먹고 평일 여행자들의 모습을 살폈다.
퇴근하는 사람들이 군데군데 섞여있어서 그런가, 확실히 주말의 들뜬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잔잔한 서울역의 속도가 꽤 마음에 들었다.
6.
나는 혼자 놀기의 달인인데, 가장 많이 하는 놀이는 나혼자산다 출연하기다.
오늘의 컨셉은 KTX타고 출장지로 떠나는 커리어 우먼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분주하게 노트북을 펼치고, 이어폰을 꽂고, 괜히 슬랙을 켜서 주루륵 읽다가, 급한 일인 양 할 일을 하려 했다.
안타깝게도 놀이는 시작하자마자 막을 내렸다.
동행자가 옆에 앉았는데 대단히 멋진 저녁을 보내신 듯했다.
덩달아 숙취가 오는 듯했고 노트북 화면을 보는데 자꾸 멀미가 나서 머쓱하게 펼쳐놓은 것들을 하나씩 정리한 후 얌전히 눈을 감았다.
7.
경주에 도착했다.
공기부터 다르다.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