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12일

겨울 텐트

By In DAILY

날이 이렇게 추운데도 텐트를 치고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진심은 역시나 강력한 것이군.

해를 쬐며 책이나 읽을까 하고 텀블러에 따뜻한 라떼를 사서 공원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부는 바람이 심상치 않더니 도착할 즈음엔 누가 볼을 할퀸 것 같았다.
칼을 뽑는 바람에 무라도 썰어야 할 것 같아서, 볕이 제일 잘 드는 벤치를 찾아, 해가 최대한 온몸에 닿을 수 있게 정면으로 앉았다.
눈은 부셨지만 몸이 따뜻해지니 참을 수 있었다.

바람은 해가 지면 질수록 날카로워졌다.
책을 쥐고 있던 손이 시려서 뇌까지 얼었는지, 같은 문장을 세 번 정도 반복해서 읽어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갔다.
가져간 책을 다 떼고 올 심산이었는데 고작 40페이지에서 하차했다.
나도 텐트가 있었다면 다 읽을 수 있었을 텐데!

겨울용 원터치 텐트가 4만원이길래 한번 시켜볼까 하다가, 보관이 마땅치 않아서 일단 보류했다.
당장 드는 생각으로는 텐트를 사서 주말마다 노트북을 들고나오면 딱인데(?)
고작 하루, 목표한 책을 다 못 읽고 들어갔다고 멀리 가는 것 같아서 스스로도 어이가 없었다.
노마드 워커인 멋진 내 모습이 잠깐 스쳤는데, 감기 기운이 잔뜩 든 채로 테라플루를 마시고 곯아떨어지는 모습으로 덮혔다.
아무래도 보류가 아니라 날이 풀릴 때까지 미뤄야 할 것 같다.
기초체력 미달자는 진심에도 미달이 난다.

Written by hershey

안녕하세요 걀걀걀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