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기를 들인 후 첫 장마철이다.
이미 건조기의 위력을 느끼고 있었지만 요즘은 감사하기까지 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장마철 실내 건조에도 냄새나지 않는 세제를 찾아 헤맸다.
안 써본 세제가 없다.
수건만 따로 빼서, 탈수를 60분이나 하고 널어도, 덜 마른 냄새는 디폴트 값이었다.
덜 마른 수건으로 몸을 닦으면 몸에 배어서 하루종일 은은하게 올라온다.
옷 자체도 조금씩 덜 마른 냄새가 나서 1+1이다.
겨우 냄새가지고 삶의 질이 뚝뚝 떨어진다.
건조기를 사는 건 마음이 조금 불편한 일이었다.
건조대가 두 개나 있고 널면 마르는데 굳이 건조기를 살 이유가 없었다.
분수에 맞지 않는 가전을 들이는 느낌이었달까.
게다가 마땅히 둘 공간도 없고, 둘 공간을 마련하더라도 겨우 수건 대여섯 개 정도밖에 들어가지 않는 작은 건조기를 들여야 하니,
수지타산도 맞지 않았다.
삶이 점점 바빠지고 운동도 매일 하게 되면서, 쌓이는 빨래의 양이 쳐내는 양을 넘어섰다.
차라리 수건 대여섯개밖에 못 넣더라도 건조기를 구매하는 게 나은 상황이 됐다.
큰 기대없이 자취생들이 많이 산다는 미닉스 건조기를 들였는데… 삶의 질이 대폭 상승했다.
이틀에 한 번씩 해야 했던 빨래가 일주일에 두 번으로 줄었다.
건조기에 한 번에 들어가는 양이 적으면 계속 돌리면 되는 일이었다.
수건과 면 종류 옷을 안 널어도 되는 게 이렇게 편한 일인 줄 몰랐다.
건조대에도 빨랫감들이 빼곡하게 널려있지 않으니, 널널하게 널려있는 옷가지들이 냄새가 나기 전에 말랐다.
오늘도 건조기에서 수건을 꺼내 냄새를 맡았는데 극락이 따로 없었다.
건조기 들이고 광명 찾았다.